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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탄한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를 위한 산전수전 겪지 않고 시골집 고치기" 도서 추천
작성자
작성일
2020-02-12 20:00:50
조회수
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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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탄한 귀농 귀촌을 위한 시골집 수리, 건축 안내서

 산전수전 겪지 않고 시골집 고치기          황지호 지음 | 흐름출판사 | 2020년 01월 31일 출간

브런치 80만 뷰, 마음 속 꿈꾸던 나만의 시골집 만들기
많은 사람들이 귀농 귀촌을 꿈꾼다. 그 열망을 반영하듯 2017년 귀농 귀촌인 및 가구원은 516,817명으로 처음으로 50만 명을 넘어섰다. 2018년 한국갤럽이 조사한 귀촌 이유에 대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자연환경이 좋아서(20.4), 가족 및 친지와 살기위해서(16.4), 정서적으로 여유로운 생활을 위해(13.8), 도시생활에 회의를 느껴서(13.6) 순으로 보고되었다. 귀촌은 이처럼 다양한 목적을 가진 이들이 자신만의 삶을 향유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귀농 귀촌은 도시 생활을 하는 이라면 누구나 꿈꾸어 봄직한 일이다. 그러나 무턱대고 귀농했다간 유턴하기 십상이다. 성공적인 귀농 귀촌을 위한 가장 어려운 선택은 살 집을 선택하고 집을 짓는 일일 것이다. 살 지역을 정하고, 집터를 잡고, 건축을 하기까지는 귀찮고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무턱대고 결정했다가 후회하거나 손해보는 일이 다반사이다. 『산전수전 겪지 않고 시골집 고치기』는 시골집을 수리하거나 경량목조주택을 새로 지을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가 직접 집을 고치고 짓는 과정에서 얻은 생생한 경험이 담겨 있다. 이웃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요령을 비롯해 좋은 집터, 피해야 할 집터, 시골집을 선택하는 기준, 공사비 내역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전문적인 건축에 대해서 몰라도 괜찮다. 책은 저자가 집을 짓고 수리하는 과정에 참여하여 건축 도중 발생하는 고민을 토로하거나 의견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독자는 마치 이 과정에 참여한 인부의 한 사람이 된 것처럼 현장에 동참하게 된다. 때로는 고된 노동에 힘겹고,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펼쳐지면 화도 난다. 공사 중이던 부엌을 비운 사이에 불이 날 때는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한다. 나아가 저자는 본문에 실용서의 조건을 갖추기 위한 노력도 매진했다. 공사 시작과 끝의 인과관계, 그 인과관계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를 제시하려 노력한 흔적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과정을 지켜보다 보면 자연스레 인간에게 ‘집’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옛집을 보존하고 수리한다는 의미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생긴다. 낡은 집을 허물지 않고,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복원하기 유리하도록 수리하는 저자의 방식은 낯설게 보일 수 있다. 이는 옛집을 보존하려는 그의 인식과 관련이 있다. 그는 한옥과 옛집의 가치는 희소성이나 장식성이 아니라, 그 집을 지은 목수와 거기에 머물던 민중들의 삶과 가치관에서 찾아진다고 믿는다. 그 신념이 저자로 하여금 옛집을 허물고 그 위에 콘크리트 벽을 세우는 데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게 했다. 그에게는 옛집, 그 자체에 담긴 추억이 있었다.

책의 전반부는 시골집을 찾거나 새로운 집터를 구하려는 사람들에게 14가지의 조건을 소개하고 있다. 풍수지리적인 조건을 포함하여, 현실적인 진단을 위한 사항들도 제시된다. 덧붙여 피해야 할 집터와 집을 실리적인 관점에서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에 지어져 있던 시골집뿐만 아니라 새로 집을 짓기 위해 터를 마련할 때도 유의할 필요가 있는 것들이다.

책의 후반부는 공사 과정이 사진과 함께 공사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날짜별로 전개된다. 저자 본인이 인부가 되어 공사에 참여하면서 유의할 점이나 의문 나는 점, 재료나 공정의 장단점 혹은 실수와 잘못된 선택도 같이 언급함으로써 독자가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돕는다.

실무적인 부분 외에도 한옥을 비롯한 민가가 품고 있는 선조들의 지혜와 인문학적 지식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그 밖에도 처마, 지붕, 굴뚝, 등 각 구조의 종류와 방식, 원리를 안내하고, 어떻게 기능하는지 살펴본다.

부록에서는 공사비용과 서이당 상량문의 글자에 담긴 의미를 다룬다. 비용은 날짜별, 항목별, 공정별로 인건비와 자재비 등을 상세하게 기록하였다. 실제로 집을 수리하거나 새로 지을 계획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아주 유용한 정보일 것이다. 그러나 공사의 규모나 종류, 목적에 따라 비용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책을 꼭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만 찾아 읽어도 무방하다. 저자가 땀 흘려 일하면서 얻게 된 지식들을 한데 모아 생생하게 들려주는 만큼, 귀농 귀촌을 꿈꾸는 독자에게 이보다 더 좋은 안내서는 없을 것이다.

『산전수전 겪지 않고 시골집 고치기』의 본문을 다음카카오 ‘브런치’에 기고해 80만 뷰를 기록했다. 지금은 1800년대 옛집 보존과 관련 된 글을 ‘옛집 보존 분투기’라는 제목으로 같은 곳에 기고하고 있다.

옛집에 숨결을 불어넣다
책의 메인이 되는 건물인 ‘서이당(書以堂)’은 저자가 스승으로부터 물려받은 집이다. 스승이 20년 동안 정성 들여 가꾸고 마을 사람들과 화목하게 지내던 그 집은, 20년 동안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해 더없이 귀한 집이 되었다. 그는 자신이 서이당의 마지막 주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스승이 그러했듯이, 자신이 서이당을 수리하는 일은 서이당이 더 오랫동안 이 땅에 머무르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을 ‘서이당을 지나는 나그네’라고 표현했다. 이 같은 태도에는 거주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넘어 집을 살아 있는 인격체처럼 여겼던 옛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깃들어 있다.

저자는 한옥인 ‘서이당’의 원형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경량목조주택인 ‘열화당(悅話堂)’을 신축한다. 열화당은 서이당에 대한 보조적 역할을 담당하고 작은 도서관을 염두하며 지었다. 어린 아이들을 위해 다락을 넣었고, 작은 도서관으로 활용하기 위해 책장으로 사방 벽을 둘렀다. 그곳에 4000여 권의 책을 비치했다. 데크를 설치했고, 전통 들마루를 만들어 옛 정취를 더했다. 버려질 고재를 이용해 인테리어를 추가했고, 작은 부엌도 목재를 이용해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얻은 전원주택 신축에서 고려할 점과 경량목조주택의 장단점을 본문에 소상히 밝히고 있다. 저자는 책을 쓰며 자신의 실수를 더듬어 보는 일이 힘들었지만 그것이 독자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이며 실용서의 중요한 요건이라고 생각했다. 집을 짓는 것은 ‘더할 것보다 덜어낼 것을 먼저 고민하는 것’, 집짓기의 시작은 ‘아름답고, 건강하고, 잘 지어진 집을 많이 보는 일’이라는 조언도 빠뜨리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은 한옥 하면 기와집을 떠올린다. 저자는 민중의 삶과 미의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민가 한옥의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양반집이나 기와집·절과 궁궐만을 한옥으로 생각하는 선입견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다. 옛 살림집의 소박한 멋과 가치도 보호되고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서이당’ 수리 과정에 이러한 저자의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저자의 옛집에 대한 관심은 후에 서이당 근처에 갈은정(葛隱亭)이라는 정자를 지으면서 구체화되었고, 이는 사라져 가는 1800년대 옛 민가를 이축하겠다는 꿈으로 발전하였다. 저자는 서이당 수리와 갈은정 신축 이후 옛집 보존에 뜻을 두었다. 1841년, 1843년, 1874년, 1879년, 1893년에 지어진 민가 한옥을 비롯해 1928년, 1933년에 건축된 근대 한옥을 해체해 보관하고 있다. 도시 개발과 빈집 정비 사업으로 인해 철거 위기에 놓인 집들을 해체, 보관, 이축하여 보호, 보존하려는 꿈의 주춧돌이 갈은정이었던 셈이다. 저자는 그 과정 또한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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